'말장난'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08/05/27 2008년 5월 27일 말장난
  2. 2008/05/22 당나귀
  3. 2008/05/03 미친 인형사와 춤추는 목각인형
  4. 2008/04/26 그리스산(産) 앵무새 (1)
  5. 2007/11/24 수저, 포크, 손 (4)
  6. 2007/10/25 친구. (2)
  7. 2007/10/25 나는 자유아메바, 뇌수 속을 헤엄친다네
  8. 2007/07/13 낮달
  9. 2007/07/11 기말고사
  10. 2007/07/05 동산

2008년 5월 27일 말장난

     분장한 광대들이
     거리에서 소란을 피운다.
     우리의 혁명은 바로 오늘을 위한 것이다!
     그들은 소리지른다.
     내일! 내일을 데려오라!
     그의 역겨운 속내를 헤집어 보여주겠다.
     그리고 기꺼이 목을 잘라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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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목장엔 클로버 꽃이 피고,
      산들바람이 슬쩍 불어온다.

      당나귀는 왼발을 딛는다.
      그리고 오른발을-

      당나귀는 왼발을 고쳐딛는다.
      그러나 오른발을 딛질 못한다.

      산들바람이 다시 불어와
      풀들을 살짝 흔든다.

      머뭇거리는 당나귀 곁을
      병아리 거느린 암탉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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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인형사와 춤추는 목각인형

     인형사는 한 손이 없었다.
     목각인형은,
     한쪽 팔을 절며 춤을 추었다.
     눈물 흘리는 시늉을 한다.
    
     인형사는 한 눈이 없었다.
     목각인형은,
     한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춤을 추었다.
     그 넓은 무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간다.

     인형사는 한 귀가 없었다.
     남은 귀로,
     그는 악사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오늘도 저의 공연은 성공적이었죠.
     아이들은 환호했답니다.
     별로 대단한 건 아녜요.
     이 튼튼한 철삿줄만 있다면,
     이쯤이야 아주 쉬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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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산(産) 앵무새

     그리스산(産) 앵무새는
     신기하게도
     사람이 하는 말을 할 줄 알았다.

     새장 속에서,
     녀석은 신나게 떠들었다.
     모이가 주어졌다.

     말하는 솜씨는 날로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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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포크, 손


 수저로 먹어도

 포크로 먹어도

 손으로 먹어도

 밥은 맛있는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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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꼭두각시는 제 목에 줄을 감고
 죽어버렸죠.
 정말 예쁜 건 오래가지 않아요.

 (오늘도 나는 꿈에서 깨요)

 아아, 울진 마요.
 울면 안되요.
 다시는 꿈을 꾸지 못할 날이 올테니까.

 (오늘도 나는 꿈에서 깨요)

 현실은 아마
 서로 휠체어를 밀어주는
 뇌성마비자겠죠.
 하지만 그걸 바라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의 뇌성마비는 너무 흉측하지요.

 (오늘도 나는 꿈에서 깨요)

 그러니 별 수 없잖아요?
 자요.
 가끔 깨는 날이 있어도,
 잊고, 다시 자요.
 나처럼.

 (오늘도 나는 꿈에서 깨요)






 덧. 2007학년도 제 9 지구 자율장학 백일장 대회 운문 부문 참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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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아메바, 뇌수 속을 헤엄친다네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렀어도
 세상은 이렇게 서글펐을까.

 아찔하게 가라앉은
 쉰 가을을 들이쉬며
 곰곰히 생각을 해보자.

 하늘은 흐리고, 어둡고,
 불분명하고, 변덕스럽다.

 또 저기, 또 한사람의 날숨.
 한층 짙어진 회백질 속에서
 불현듯 깨닫는다.
 여기는 대뇌피질이다!
 
 어느 동물의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이미 당신은 짐작고 있으리라.
 혹 모르더라도 이 놈이 주도면밀하다는 것만은 알아달라.

 또 저기, 또 하나 산소헤모글로빈이 흘러간다.
 꽁무니에서는 시꺼먼 연기를 내어뿜는다.
 저기 쯤에 불뚝 솟은 생식기에서,
 산소는 해리될 것이다.

 아니, 해리될 수 있기를.





 덧. 2007학년도 제 9지구 자율장학 백일장 대회 운문 부문 참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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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 낮달 >


하늘에 곰팡이가 피다.

페니실린을 투약.

 

하얀 자국이 남다.

 

녀석을 없애버리자!

애써

마지막 방울을 떨어뜨리다.

 

나는 우짖는 작은 새

낮달 걸린 하늘을 자꾸만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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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 기말고사 >

 아직 그을음 내가 나는 책상에
 나는
 앉았다.

 창 밖에선 시뻘건 햇님이
 자꾸
 속살거렸다.

 그 틈새로 날아든
 흰
 참새, 뱁새, 할미새 -

 아무것도 쓰지 않은 칠판이
 까많게
 무지개로 물들고, 그리고,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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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동산은 작다. 풀이래야 잡초들과 더위에 지친 잔디류 조금, 그리고 제일 높은 데 심긴 감나무 하나가 전부다. 나무도 별로 크지 않아, 가을이면 손을 뻗어 설익은 감을 따낼 수 있을 듯 하다.

실바람이 불어와 감나무에 감기면, 잎새들이 살짝 흔들리고, 몇몇은 떨어지고, 잔디들은 미친 화가의 붓이 된다. 그 끝에서 해가 뜨고, 구름이 생기고, 해가 지고, 별이 뜬다. 무거워 보이는 뭉게구름을 그리는 것도 그 붓이요, 얄상한 새털구름을 그리는 것도 그 붓이요, 햇빛 쏟아져 내리는 층적운을 그리는 것도 바로 그 붓이다.

가끔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있다. 움직임은 조금 조금 사라지고 마침내는 열사(熱死)한 우주처럼 모두가 가만 가만 멈춰버린다. 그럴 때면 대개 잔디들은 하늘에 수묵화를 그린다. 서툰 붓질 탓에 채 마르지도 않은 선들이 엉켜 점점 하나가 되어 퍼져버린다. 이것을 두고 완성이다 환호를 올리는 그들더러 진정으로 미친 화가라 아니 할 수 없음이 다만 서러울 따름이외다.

다만, 바윗돌은 바람이 있으나 없으나 담담하다. 모진 풍화를 이겨낸 자랑스러운 개선 장군인 탓이다. (사실은 그가 속에서부터 곪은 탓이다.) 아부를 모르는 개미들을 벗삼아 그는 그렇게 제 자리를 지켜내려 한다. 그러는 동안에 노장의 얼굴엔 살짝 주름이 잡히고, 얼룩이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고, 고래고래 지르는 아우성. 이 동산에 유일하게 시끄러운 것이 있다면 그 역시 바로 이 바윗돌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동산은 생을 거부한 동산이다. 그에게 들숨과 날숨이란 구월에 맞닥뜨린 늦은 태풍이다. 이미 오래 전에 매달아버린 거죽을 머금고, 동산은 언제까지고 숨을 내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해가 뜨거나, 구름이 끼거나, 해가 지거나, 별이 뜨거나. 바람이 불거나, 바람이 불지 않거나. 하늘에 수묵화가 그려지거나, 혹은 어느 날 갑자기 바윗돌이 입을 벌려 고름을 토해내거나 말거나, 동산은 움직이지 않을 것을 고집한다. 제 꼴리는 대로 굴던 참새, 뱁새, 박새 따위가 감히 이 동산에 범접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그네들은 이미 아편을 탐닉한지가 꽤 되었다.) 파스텔로 그린 듯, 환하고 보드랍기만 한 동산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런 부정이 가시일 것이라 지레 짐작을 해버린다. 하지만 감히 진실을 말할 진대, 동산에게 가시는 없다. 동산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 장미꽃만이 가면을 쓴다. 너무 맑으면 모이지 않는 물고기처럼, 오로지 사람들만이 이 성역에 들어와선 익사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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