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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 토론 "디 워, 과연 한국 영화의 희망인가?"
잡담 2007/08/10 11:06
디빠로 나온 하재근, 나 고1때 영어 B 선생 닮은 김천홍, 김조광수 대표, 그리고 진중권 횽이 논객으로 나왔더라. 일단 재근이부터 시작하자. 이 아저씨는 절대로 토론 프로그램에 내보내서는 안될 인간 유형의 표본이다. 토론하는 내내 상대방의 의견은 눈꼽만치도 귀담아 듣지 않고,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면 계속 화제를 돌렸다. 극단적인 장면은, 중권이 횽이랑 임마랑 영화 완성도에 관한 맥락에서 토론을 했는데, 슬그머니 이 이야기를 "우리 좀더 발전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라면서 엉뚱한 곳으로(스크린 쿼터 같은) 돌려버렸던 때에 나왔다. 거기에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토론 하는 내내 턱을 바짝 치켜들고 상대방을 내리 보는 듯한 눈초리를 하고 있어, 꼭 제 멋에 사는 동네 양아치를 보는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중권이 횽이 이 상태에서 화가 안난다면 그건 도를 깨친 거다.
다음엔 김천홍 아저씨. 일단 '스포츠'에 그것도 '조선' 기자라서 상당히 첫인상이 안좋았다. 꼴통짓하다가 자폭하지다 않을까 걱정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의외로 토론이 진행되면서 보니까 말은 재미있게 잘 하더라.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건 적어도 토론의 맥을 끊지는 않았었다는 점이다. 재근이가 마치 신도 많은 교회 목사처럼 시건방을 떨었다면, 천홍이 아찌는 그나마 동네 약장수 수준에서 그쳐주었다. 한가지 어색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마케팅을 한다고 시비를 붙느냐"라고, 반론을 폈던 부분인데, 글쎄, 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건 억지같다. 중권이 횽이 애국 코드 등속으로 무장한 나머지 영화가 내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걸 말꼬리를 붙잡은 느낌이랄까.
김조광수 대표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다. 심형래 감독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보다 부풀려 말하는 것 같다, 충무로와 영구아트는 사실 대척점에 서있는 관계가 아니다, 심형래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 봤자, 할매캅, 우뢰매, 요런 거였다,(내 기억으로 우뢰매는 일본의 텔레비젼 특촬물 시리즈보다도 퀄리티가 한참 떨어지는 그런 수준이었다.) 일단 그걸 가지고 충무로에 가서 영화 감독 대접을 해달라고 했던 게 문제, 그리고 그런 주제에 충무로에서도 힘든 300억 씩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달라고 쫓아다녔다는 게 또 문제였다. 이게 내가 이해한 김조대표가 한 말의 요지다.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다. 바꿔말하면, 심 감독은 자기가 공부를 안해서 서울대에 떨어진 주제에 다른 재수생들과 학원가들이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며 징징댄 꼴인 셈이다.
중권이 횽이야기를 해보자. 솔직히 이번 토론에서 중권이 형 주화입마에 빠졌다. 아직도 "꼭지가 돌아서 썼다"할 때 실실 쪼개던 모습이 아른아른 거린다. 심감독 입장에서는 이건 거의 명예훼손과 마찬가지다. 그 전인지 그 훈지 기억이 안나는데, 마침 김천홍 아저씨가 여기에 관해 좋은 비유를 했다. "정말 못생긴 처녀가 못생긴 애를 낳았다고 쳐요, 그런데 남들이 보면 애가 정말 못생겼거든요. 거기다가 애가 왜 그따구로 생겼냐고 할 수는 없잖아요." 대충 요런 이야기. 중권이 횽도 사람이니까, 욱해서 저지른 실수였을 거다. 재근이랑 "빨간옷 여자"가 쌍으로 잘난척 하면서 꼴깝을 떨었으니(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TV로 보는 내가 열받는데, 중권이 횽은 오죽 했겠냐고. 다만, 요번에 막힌 혈을 뚫기 위해서라도 좀더 넓은 아량을 기르길.
근데, 중권이 횽이 참 대단한게, 그리고 그게 자폭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화입마'였던게, '꼭지가 돈' 것 빼고는 이 횽 이야기가 다 맞다.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중권이 횽이 토론 초반에 들고 나온 이야기는 '주장'이 아니라 자기가 발견한 '사실'이었으니까. 중권이 횽 말이 틀렸다고 딴지를 거는건, 사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게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 덕인 거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이야기다. 참가한 패널들도 이야기를 딴 데로 돌릴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논의를 심화시켜야 했다. (근데 머리 나쁜 재근이가 눈치빵으로 살살 토끼면서 토론을 인터넷 수준으로 끌어내리니까 중권이 형은 조낸 답답한거다.) 애국코드, 시장코드, 인생극장코드, CG코드 말고 '디 워'에서 뭘더 볼 게 있겠냐. (난 아직 '디 워'를 보진 않았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는 솔직히 트레일러 몇 편하고 기사 몇 편만 읽으면 영화 컨셉에서 이야기 결말까지 다 알 수 있다. 300도 그랬고.) 토론 참가자들에 대한 비판도 바른 말이었다. 재근이나 김천홍 아찌나 "애국주의 코드를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모습이었으니까.
정리하면, 중권이 형만 불쌍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