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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2 행복한 아이들의 나라 (5)

행복한 아이들의 나라

1.
     뎅그렇게 놓인 시멘트 건물로, 트레일러들이 몰려왔다. 먼지구름을 매단 채 연달아 멈추어 섰다. 첫째 차량의 문이 열리고,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연신 하품을 했다.
  
     “이게 저희로서는 최선입니다.”
  
     눈물이 다 나오도록 긴 하품 끝에 사내가 한 말은, 무기력한 피로감으로 늘어지고 있었다.
  
     “이래서야 타산이 맞질 않지요.”
  
     받는 말은, 우울하게 눌러쓴 모자 틈으로 새어 나왔다. 모자는 힘없이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햇볕이 낡은 세멘 벽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와 함께 녹아내렸다.
     운전수는 별 수 없다는 듯, 입가로 웃음을 흘리며 다시 트레일러에 올라섰다. 시동이 꺼졌다. 운전수는 손에 쇠지깽이를 든 채로 다시 내렸다. 모자는 그가 내리는 것과 때를 맞추어 컨테이너 문 앞으로 걸어갔다. 운전수가 다가와 쇠지깽이를 이용해 문을 열었다. 녹이 슨 듯, 문은 매끄럽지 않게 열렸다.
  
     “내려라.”
  
     아이들은, 잔뜩 겁을 먹은 눈이었다. 눈 망울망울마다 눈물이 차올라 촉촉히 젖어있었다..
  
     “내려.”
  
     꼼짝도 하지 않는구나. 운전수는 별 수 없다는 듯, 입가로 웃음을 흘리며, 컨테이너에 올라섰다. 제일 안쪽 어둡고 깊은 곳에까지 걸어간 다음, 그 다음, 무언가 밀가루 자루 같은 걸 두드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게 미처 멎기도 전에 희미하게 벗겨진 어둠이 가슴에 안긴 채로 한 아이가 뛰쳐나왔다. 아이는 부러진 팔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마땅히 나와야 할 울음소리는, 그러나 나오지 않았다. 이미 목이 잠겨버린 탓이다.
     그렇게 하나 둘 뛰쳐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모자는 다시 힘없는 팔짱을 끼었다. 아이들은 제각기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들에게 10월의 태양은 너무 따가웠다.
  
     “이 자식들이!”
  
     모자로서는 그런 모습이 불만스러웠던 모양이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개중에 가장 병약해 보이는 녀석을 골라 냅다 발길질은 해버린다. 맞은 아이는 무어라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나자빠졌다.

     “가서 일렬로 서.”

     아이들은 주춤거리면서 줄을 맞추었다. 여전히 쓰라린 햇볕 때문에 움직임이 더뎠다.

     운전수가 마지막 아이를 몰아내며 컨테이너에서 내려왔다. 무언가를 오른손에 잡고 질질 끌며 내려왔다. 무언가는 죽어있었다. 여자아이였다.
  
     “굶어 죽은 모양이지?”
  
     모자는 곁눈질로 시체를 보며 말했다. 운전수는 그런 모양이라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잡고 있던 시체의 손모가지를 놓았다. 무슨 신기한 만화라도 보는 모양으로 시체를 보는 아이들의 눈에, 그 가냘픈 손목은 마치 공중에서 멈추어 버린 듯, 한없이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마치 암탉과 병아리처럼 모자는 아이들을 이끌고 세멘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운전수는 별 수 없다는 듯, 입가로 웃음을 흘리며, 다시 트레일러에 올라섰다. 먼지를 날리며, 트레일러는 도로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수 대의 트레일러들.





2.
     일은 언제나 계획적으로, 침착하게, 치밀하게, 합리적으로 이뤄졌다. 모든 것의 목적은 명확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수행하는 것에 있어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 어쨌든 간에, 모두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당하게 될 일은, 그러한 정도의 예술적인 계획성이 필요한 것이었고, 따라서 일종의 이성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과연.
     우선 아이들은 모두 옷을 벗어야 했다. 언제나 시작은 모두를 빨개 벗기는 것이었다. 모든 관리자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자는 특히 이 순간을 좋아했다. 미묘한 기대감으로, 이 때만큼은 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모두 옷 벗는 일이 끝나면, 관리자들은 아이들에게 하얀 알약을 하나씩 주었다. 알약을 먹은 아이들은, 뱃속 아주 깊은 곳까지를 고통스럽게 모두 게웠다. 게우고 나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므로, 아이들은 대개 배를 끌어 안고 쭈그려 앉아버린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난 것이다. 관리자들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서른 평 남짓한 공간에 아이들을 몰아 넣어 가두어 둘 뿐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직, 좀 더 지나면-.

     마치 발정난 수캐들처럼, 아이들은 서로의 몸을 탐하여 달려들 것이다. 뒤섞이고 엉킨 팔과 다리들은 벌레처럼 바르작거릴 것이다. 아마, 제일 외로웠던 아이가 시작을 하게 될 것이다. 녀석은, 자신이 받아왔던 모든 설움 따위를 내보이며 연약해 보이는 여자 아이에게 달려들 것이다. 반쯤 빠져버린 머리채를 잡아 뜯고, 녀석은 웃으며 생전 처음 맛보는 해방감에 들뜨지만, 이내 그런 느낌은 금방 사라져 버릴 것이고, 그럼, 배가 고픈 녀석은 여자앨, 한입, 뜯어낼 것이다. 피가 튈 것이고, 다른 아이들은 놀람과 찬탄의 눈으로 녀석을 바라볼 것이고, 또 저기서 다른 아이가 공격을 당할 것이고, 이어질 싸움, 난장판, 투쟁, 전쟁, 진흙탕, 아귀다툼, 시궁창, 홍등가, 막힌 골목-.
     간단하다. 모자가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대개 저희들끼리서 끝을 낸다. 낼 줄 알았다. 그것은 본능이었고, 그런 탓으로, 이런 일에 있어 모자는 자랑스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회사의 로고가 빛나는 모자를 항상 쓰는 것도, 이런 자부심의 발로였던 것이다.

     “이번 달 물량은 꽤 적네요. 아시겠어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충분한 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요. 내가 관리부장이 된 것도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죠. 특히 당신, 모자 좀 벗지 그래요? 네, 뭐 정 써야 하겠다면 별 수 없지요. 대신, 내 말은 똑똑히 들어 두는 게 좋을 거예요. 고객들이 원하는 건 쑈에요. 알겠어요? 쑈라는 건, 길고 자극적일수록 인기가 있는 법이지요.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는 언제나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뤄진다는 원칙 아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가, 이런 소소한 이유로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은, 시장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되도록 여러 곳에서 물량을 가져오세요! 되도록 다양한 물량을 가져오세요! 몇 번이나 교육을 해야 하는 겁니까.
     여러분들도 잘 들으세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약까지 먹이는 것은, 엄청난 투자입니다. 이 투자를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분발해야 합니다. 원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더 많은 아이들이 들어올수록, 회사의 수익은 올라갑니다. 이게 다 누굴 위한 겁니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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